Shiny Sky Blue Star '글 샘플' 카테고리의 글 목록 (3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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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샘플

夏至 3,000자 | 오마카세로 진행한 여름 분위기의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 夏至 ¶ R&R R.F R.H.Y 6월 21일, 흔히 하지(夏至)라고 부르는 절기가 찾아왔다. 한해가 시작된 지 고작 몇 개월밖에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1년의 절반이 훌쩍 지나버린 셈이었다.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면 이글거리는 열기에 아스팔트 위로 희뿌연 아지랑이가 일었고, 에어컨을 켜지 않으면 제대로 된 사고를 하는 게 버거울 정도로 무더운 날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일기예보에서 예고하기로는, 올해 여름 역대 일본 최고 기온이 갱신될 거라고 했다. 이제 막 여름의 절정으로 돌입하는, 이름하여 초장인데 앞으로는 어떻게 버티라는 건지. H에겐 전혀 달갑지 않는 소식이었다. 적당히 더운 건 괜찮아도, 폭염을 좋아하는 사람은 .. 더보기
Pliés (F. Chopin Op.9 No.2) Pliés (F. Chopin Op.9 No.2) ¶ Z·C Z. N. W C 01. F의 겨울은 유난히 길기로 유명했다. 기나긴 겨울의 끝이 다가올 때면, 드물게 봄날의 산들바람이 남부의 바다 내음을 이끌고 육지를 덮쳐오곤 했다. 신선하고도 배릿배릿한 그 냄새는 눈을 감으면 철썩이는 파도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질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서늘한 겨울이 한 발짝 물러났다는 걸, 사람들은 공기 내에 서린 희미한 염분으로 알아차렸다. 이런 따사로운 남풍이야말로, 추위를 꽤 타는 편이었던 C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달가운 소식이었다. 생의 마지막, 스러지는 순간마저도 바다에서 끝나길 바랐던 그였으니, 봄날의 축복처럼 코끝을 간질이는 소금기에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는 건 당연했다. C는 마차의 열린 창 사.. 더보기
G에게, P가 단문 2000자 편지글 형식 To. G, 안녕, G. 잘 지내고 있지? 요즘 날이 무척 쌀쌀해. 작년에 비해서 더 추워진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일지 올해 봄에 피어날 꽃은 훨씬 풍성하고 싱그러울 것 같아. 벌써 기대되지 않니? 너랑 같이 학교 앞의 흐드러지게 핀 벚나무를 구경할 때 참 좋았는데. 그때 생각난다. 연분홍의 꽃잎들이 따뜻한 봄바람을 타고 치맛자락을 팔랑이며 춤을 추듯 흩날릴 때면 꼭 때늦은 함박눈이 내리는 것 같았어. 그렇게 1년의 세월이 지나고, 하얀 솜털이 세상을 뒤덮을 듯 내리던 졸업식에서 함께 사진 찍으며 웃었던 게 난 바로 엊그제처럼 느껴져. 어느덧 계절은 톱니바퀴처럼 세상을 한 바퀴 돌아 다시 겨울의 끝자락으로 왔네. 정말 감회가 새롭다. 기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는 말이 입김.. 더보기
Cooking Time! 단문 1000자 작업했습니다!! 감사합니다! (o゚v゚)ノ Cooking Time! P P은 자신이 살아온 근 20년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생애 동안, 자신과 주변 지인들이 먹어보았던 쿠키들의 외형과 맛을 떠올려보았다. 물론 쿠키의 세부적인 종류에 따라서 각자 고유의 식감과 개성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니, P의 머릿속에 띄워둔 이미지도 그만큼 다양했던 건 사실이었다. 그래도 P은 분명 베이킹을 시작할 때, 자신이 만들 쿠키의 종류를 객관적으로 정하고 임했었다. 바로 쿠키 만들기 난이도에서 별 하나에 해당하는 초콜릿 칩 쿠키였다. 옛날 속담에 첫술에 배부르랴, 라는 말이 있듯이 P 혼자서 쿠키를 만드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그도 당연히 실패할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P이 만들어낸 결과물을 .. 더보기
And The Time Stops 그들의 제야로 작업했습니다. 감사합니다! o((>ω< ))o And The Time Stops P. Z & E. Y. J 00. PM 05:48 자연은 매번 시선을 둘 적마다 시시각각 변모한다. 흐린 날의 하늘은 덩어리진 구름이 잿빛으로 세상을 덮었고, 건조하게 메마른 땅은 황갈색으로 음영 진 부분이 거무스름했다. 비 내린 후의 티 하나 없이 맑은 창공은 파스텔 블루로 채도를 낮추어 새로 단장했으며, 상천(上天)의 탁수를 모조리 받아낸 대지는 그를 대신하듯 응달이 스몄다. E의 머리색은 갈색 중에서도 유독 연하고 가는 편이었다. 햇발이 스칠 때면 제게서 멀어지듯 손가락 사이를 타고 흩어져 내리는 게 꼭 그랬다. 그런 E의 머리카락이 물에 젖을 때면 색이 짙어져 저들끼리 뭉치곤 했다. 이렇듯 젖는다는 건 .. 더보기
Still Life With Red And White Currants Still Life With Red And White Currants ¶ 페어명 L.R.C A.L.R 입학식이란 본디 다른 날에 비해 유독 분주하고 활기차기 마련이었다. 방학식이나 개학식 때에도 어김없이 인파가 몰렸지만 감정적인 이유로서 그 사이에는 명확한 차이가 있었다. 입학식은 이제껏 알지 못한 생경(生硬)한 소속에 들어선다는, 그 생소함과 낯섦에서 비롯한 분홍빛 들뜸이 장내를 가득 에워싸고 있었다. 비슷비슷한 키에 보송보송한 솜털. 새로운 사람을 만나 사회로 첫걸음을 내딛게 될 이들의 통통 튀는 감정에는 그 나이대의 독특한 향이 있었다. 어린이들의 활력과 생기는 기대와 떨림으로, 이 초가을의 바람을 타고 발산력 좋은 향수처럼 삽시간에 주위로 퍼져나갔다. 그럴 때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게 이날만은.. 더보기
leta 자유타입 8,000~8,500자로 작업했습니다!! 헤헤 정말 즐거운 작업이었어요💕💕 Ieta Cast. F & R 01. 수요일의 아침은 월요일의 아침보다 고요하고 조화로운 경향이 있었다. 평일의 중턱이라서 그런 걸까. 물론 주말아침에 비하면 소란스러운 축에 속했지만, 수요일은 수요일만이 가지는 고유의 안락한 분위기가 있었다. 허공을 떠다니는 도시의 소음은 분주하게 나다니는 사람들 틈의 작은 여백처럼, 출근 시간이 지나고 나면 한산해진 거리의 여유를 즐기는 비둘기를 연상시켰다. 창밖으로 들리는 자동차의 엔진 소리나, 사람들의 대화 소리까지도. 너무 적막하지도, 그렇다고 시끄럽지도 않은 오전의 가장자리였다. 그런 오전의 햇발이 한 발짝 늦은 R의 하루 시작을 알렸다. 하늘거리는 커튼 한 꺼풀이 불어오는 봄.. 더보기
One fine day 제야의 유망 타입. 9000자 이상으로 작업했습니다. 정말 즐거운 작업이었어용! 감사합니다!! ⁋ 우리는 인지합니다. 인류의 희망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음을. 우리는 나아가야 합니다. 이미 저물어버린 그들의 역사를 기록하며. 우리는 존재합니다. 그들이 없는 이 천체 위에. 그리하여 도약합니다. … 우리는 그들의 구극(究極)을 기립니다. One fine day Cast. 세줌의 조약돌. 01. 혜성의 꼬리처럼 기다란 흔적을 남긴 저녁 어스름이 새벽 4시의 침묵을 세상에 흩뿌렸다. 고요한 이별은 그 시간대에 맞춰 낭만에 잠긴 탓인지 지는 해마저 감성적으로 만들었다. 외진 시골의 낙조(落照) 부럽지 않게, 저물어가는 도시의 잔양 한 점이 불그스름한 빛을 띠고 세줌의 조약돌 어깨 위로 내려앉았다. 장내에 짙게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