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ny Sky Blue Star G에게, P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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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샘플

G에게, P가

단문 2000자 편지글 형식


 

 

To. G,

 

 

 

 안녕, G. 잘 지내고 있지? 요즘 날이 무척 쌀쌀해. 작년에 비해서 더 추워진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일지 올해 봄에 피어날 꽃은 훨씬 풍성하고 싱그러울 것 같아. 벌써 기대되지 않니? 너랑 같이 학교 앞의 흐드러지게 핀 벚나무를 구경할 때 참 좋았는데. 그때 생각난다. 연분홍의 꽃잎들이 따뜻한 봄바람을 타고 치맛자락을 팔랑이며 춤을 추듯 흩날릴 때면 꼭 때늦은 함박눈이 내리는 것 같았어. 그렇게 1년의 세월이 지나고, 하얀 솜털이 세상을 뒤덮을 듯 내리던 졸업식에서 함께 사진 찍으며 웃었던 게 난 바로 엊그제처럼 느껴져. 어느덧 계절은 톱니바퀴처럼 세상을 한 바퀴 돌아 다시 겨울의 끝자락으로 왔네. 정말 감회가 새롭다. 기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는 말이 입김에 날리는 깃털처럼 아롱아롱 날아서 내 마음속에 와닿아.

 

 나는 지금 방학을 맞이한 겸 기차 여행을 떠나왔어. 오늘이 기차 여행을 시작한 지 이틀째 되는 날이야. 어제는 혼자 겨울 바다를 보러 갔는데, 겨울에는 그 특유의 서늘하고 조금은 따끔한 냄새가 있잖아. 순결한 한기가 발갛게 물든 코끝을 간질이며 비강 내로 천천히 스며들면, 온갖 잡념을 차갑게 가라앉히는 그 고요하고도 감상적인 향이 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나를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더라. 때마침 내가 간 곳이 강릉에 있는 향호해변이었거든. 평소에도 주위의 다른 해변에 비해 인적이 드문 곳이라고 들었는데, 아무래도 그날은 바람이 매섭게 불어서 그런지 나밖에 없더라고. 비록 바람은 통렬하며 살천스러웠지만, 그만큼 바다의 배릿배릿한 소금기가 더 물씬 느껴졌다고나 할까? 오후의 주홍빛 따사로운 윤슬이 잔잔히 이는 물결을 겹겹이 물들이고, 물을 먹어 반짝이는 백사장의 고운 모래알 위로 사르르 소리를 내며 치미는 하얀 물거품까지. 가히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무척 아름다웠어. 눈을 감으면 아직도 그곳에서 들었던 규칙적이고도 평화로운 파도 소리가 내 귓가에 속삭이는 것만 같아. G, 너에게도 보여주고 싶어서 내가 사진을 몇 장 찍어봤거든. 비록 날씨는 코가 빨갛게 물들 정도로 추웠지만 하늘 위에 띄워 둔 구름 조각들이 티 하나 없이 깨끗하고, 바닷물은 습기 먹은 사파이어를 한껏 담아둔 것처럼 짙고 푸르렀어. 이 모든 게 꼭 명화의 한 폭 같았달까? 비록 사진 안에 이 멋진 장관이 전부 담기지는 않을 테지만, 조금이나마 내가 보고 느꼈던 바를 네게도 공유하고 싶어.

 

 어제는 바람이 좀 많이 불긴 했어도 눈이 내리지는 않았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눈이 참 많이 내리네. 그래서 기온은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데도 어째 더 춥게 느껴지는 거 있지. 코트만 입고 오기에는 너무 일렀나 싶기도 해. 눈은 서화라고도 하잖아. 풍년이 들게 하는 꽃이라고. 오늘의 눈발은 곧 다가올 봄을 그리듯 자잘하고도 부드러워. 손에 닿으면 금방 녹아버리고 말지만, 그 짧은 탄지경에 몽글몽글함이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야. 강한 생명력을 가져다주는 이 꽃이, 바닷가에 내리는 이 서화도 과연 이곳에 풍년을 가져올까? 나는 적어도 이곳에서 같은 풍경을 보고, 좋은 기억을 간직한 채 떠나는 모든 이들의 마음만은 따스하고 풍족했으면 해. 비록 지금 내 곁에는 없지만, 미래에 이 편지를 보게 될 너도 포함해서 말이야.

 

 내 맞은편 자리에는 단란한 가족이 타고 있어. 아이의 작게 키득거리는 웃음소리에 나까지 덩달아 행복해지는 것 같아. 다디단 코코아 냄새도 어디선가 풍겨와. 난방을 따듯하게 틀어서 그런지, 공기가 조금 건조하긴 하지만 이마저도 포근하게 느껴져. 겨울의 기차여행은 아무래도 이런 낭만이 있는 거겠지? 눈 내리는 바닷가는 혼자 보기에 너무 아까운 풍경이야. 너에게도 보여주고 싶은데, 기차 속도가 빠른 탓에 카메라 초점이 엇나가고 흔들리기만 해서 너무 안타깝다. 이곳에 있으니 네 생각이 정말 많이 나는 것 같아. 지금처럼 벌거벗은 나무들이 손을 흔들며 반기는 풍경을 보는 것도 무척 운치 있지만, 울긋불긋 물감을 덧칠한 채 다채롭고 한가로운 분위기를 뿜어내는 가을을 돌아보는 것도 참 좋겠다 싶어. 그때는 너랑 같이 오면 좋겠다. 우리 곧 다시 만나자. 또 연락할게. 항상 네가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라.

 

 

 

From.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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