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ny Sky Blue Star Cooking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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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샘플

Cooking Time!

단문 1000자 작업했습니다!! 감사합니다! (o゚v゚)ノ


 

 

Cooking Time!

 

 

P

 

 

 

 

 

 

 

 

 P은 자신이 살아온 근 20년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생애 동안, 자신과 주변 지인들이 먹어보았던 쿠키들의 외형과 맛을 떠올려보았다. 물론 쿠키의 세부적인 종류에 따라서 각자 고유의 식감과 개성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니, P의 머릿속에 띄워둔 이미지도 그만큼 다양했던 건 사실이었다. 그래도 P은 분명 베이킹을 시작할 때, 자신이 만들 쿠키의 종류를 객관적으로 정하고 임했었다. 바로 쿠키 만들기 난이도에서 별 하나에 해당하는 초콜릿 칩 쿠키였다.

 

 옛날 속담에 첫술에 배부르랴, 라는 말이 있듯이 P 혼자서 쿠키를 만드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그도 당연히 실패할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P이 만들어낸 결과물을 보자면, 가히 천지창조에 가까운 지경이었다. 실로 이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이 실지의 존재라면, 그가 P에게 자신의 뒤를 이은 창조주로서 노고를 치하하여도 모자라지 않을 실력이었다. P은 자신이 각오한 것보다 더 다채로운 꼴을 당한 쿠키들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곤란한 듯 자조적인 웃음이 뒤섞여 한쪽 눈썹을 찡그린 눈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이건…, 대체 뭘까?”

 

 

 

 쿠키들에도 인격이 있다면 상당히 상처받았을 만한 발언이었다. 평소의 P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말이었으니, 이건 그만큼 그가 놀랐다는 걸 드러내는 반증이기도 한 셈이었다. 예쁜 모양을 바라지도 않았지만, 그저 동그랗기만 해도 나름 괜찮았을 텐데. 울퉁불퉁하니 삐죽대며 자신의 자아를 표출하는 칠흑의 알알이는 그게 원래 초콜릿이었다는 걸 짐작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끓어오르고 있었다. 죄악으로 얼룩진 과자들의 지옥에서 방금 퍼 올린 듯 부글거리는 소리를 내며 기포를 터뜨리는 쿠키는 자신의 창조주 혼을 쏙 빼놓기에 충분했다.

 

 그런 쿠키에게 시선을 빼앗긴 채 책상을 양손으로 짚고 있던 P은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기억을 다시 더듬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3학년 내내 자신과 친구들에게 과자를 구워주던 다정한 친구. S였다. P이 처음 쿠키를 굽자고 다짐했던 것도 어떻게 보면 그의 영향이 컸다. 그날의 좋았던 추억을 회상하며, 동창회에서 새로 환기하고 싶은 마음이 넘쳐났기 때문이었다. P은 잇새로 작게 어색한 웃음소리를 흘리고선, 일찍이 옆에 내려놓았던 휴대전화를 들어 자신을 도와줄 구세주, S에게 SOS 카톡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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