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ny Sky Blue Star Lamp 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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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샘플

Lamp Light

점멸의 제야 2,000자~2,500자 작업물입니다!! >///<!! - 2023. 5월 작업물

주의!! 광기 위주 묘사!!

 

 


 

 

 

 

 

 

Lamp Light

 

 

⁋ S&K

너를 찾으러 가. 네가 올 수 없다면, 내가 갈게.

 

 

 

 

 

 

 눈앞이 검게, 노란 필라멘트가 하얀색으로 번쩍였다. 가는 텅스텐 도선은 7번, 10번, 20번씩. 몸을 배배 꼬고서 자신의 죽음을 직감한다. 장마철 꿈틀거리는 지렁이처럼 열띠게 몸부림치고. 연속적으로 깜빡였다. 삶의 마지막, 내지르는 비명을. 몇 번이고 점멸을 반복한다. 깜빡, 깜빡, 깜빡. 세상은 뒤틀리고 진동한다. 틱, 틱, 틱. 듣기 싫은 소음을 헐떡이듯 내뱉고서 기어이 딸깍. 조명은 그대로 죽어버렸다. 방 안을 물들이는 다색이 바닥에 놓인 시계 위로 내려와 있었다. 밖에서부터 흘러들어온 빛이었다. 유리를 반쯤 토해낸 시계가 저만치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시침은 7시에 가까워 있었다. S야, 시간 진짜 빠르다. 그렇지? 관자놀이를 타고 흘러내리는 땀줄기가 귓바퀴로 올라선 것 같았다. 그러니까 우리 다시 해 보자. 다정한 목소리가 귓가에 나지막이 떨어져 내렸다. 손바닥을 파고드는 조각을 내려다보자면, 붉은 혈을 먹어 반짝이는 투명한 파편들에 촘촘히 K의 모습이 비쳤다. 시커먼 먹구름이 하늘을 가득 메우고 도시의 소음은 고요하다. 머릿속을 쪼아대는 부리가 귓등을 쪼아 먹는다.

 

 

   “이건 딱따구리야.”

 

 

 너와 함께 걸었던 거리. 우리가 하교할 때마다 지겹게 봐왔던 거리…. 너를 집어삼킨 저 불빛. 그리고 멧비둘기. 이 이상한 울음소리 말이야. 그림자가 길게 다리를 뻗었다. 앞으로, 앞으로. 내 머리 위에 앉은 커다란 새도. 오늘은 우리 비둘기 먹이 주자. 과자 함부로 주면 안 되는 거 몰라? 퍼덕거리는 날갯짓. 하늘로 날아오르는 철새들. 두 갈래로 벌어지는 실루엣. 별이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공허 속으로 달음질한다. 물감을 엎질러버린 너의 스케치. 네가 그린 나의 초상화. 젖어서 잔뜩 번져버린. …낙서? 예전에 모이 몰래 준 적 있잖아. 왜, 우리 어릴 때. 화면은 급박히 전개되었다. 눈을 껌벅이면 가쁜 숨이 잇새를 타고 흘러나왔고, 너와 보았던 어느 날의 영화처럼 불필요한 상황들은 죄다 건너뛰었다. 뭐야, 벌써 8일이 지났네. 시간 참 빠르다, 그치. 언제나 살갑게 속삭이던 성음이 조용하다. 등골을 타고 식은땀이 맺혔다. K야, 기분이라도 상한 거야? 지금 찾으러 가고 있잖아. K야, 화내지 마. 응? K……. 타일 위로 발꿈치가 부딪힐 만하면 나도 저 깃털을 따라 하늘로 박차고 올라. 이 캄캄한 허공에 먹혀들어 가. 가고 있어. 네게로 가고 있어.

 

 

   “가고 있어. 가고 있어. K야, 가고 있어. 나, 내가 가고 있어!”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닷새가 지나고. 세상은 필연적으로 회전한다. 이곳은 여전히 전과 다름이 없었다. K야, 너를 잡아먹은 가로등은 하루 만에 교체되었다? 웃기지. 가로등 아래 하얀 국화. 그거 내가 놔둔 건데. 이틀도 되지 않아 미화원이 수거해 간 꽃다발. 그것도 내가 놓은 건데. 너의 말간 웃음소리가 쟁쟁히 울렸다. 시간이 얼마나 지나든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사람 하나가 하룻밤 사이에 증발했지만, 뉴스에서는 흔한 청소년의 가출로 치부했다. 지직거리는 텔레비전의 화면. 다 아는데, 경찰만 몰라. 너를 아는 사람들 다 아는데. 이런 소동은 감추는 게 더 낫다는 양, 고작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사건이 종결되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불 꺼진 거리를 아무렇지 않게 나다녔다. 그걸 믿어요? 선생님도 아시잖아요. K가 그럴 애가 아니라는 거! 사이렌이 울렸다. 빨간 불, 파란 불. 그 속에 K가 아른거렸다. K야, 그때부터였어. 네가 나한테 다시 돌아와 준 거. 하하, 뭐야. 듣고 있어.

 

 경찰을 믿었다. 희망이란 사람을 어리석게 만들고 괜한 기대를 품게 했다. 뭐라도 바뀔 줄 알았다. 그러니까 뭐라도 바뀌었어야 하는 게 맞지 않나? 이 넓은 세상 어딘가, 네가 있을 거라는 확신도 차차 좀먹히고 있었다. 도시 괴담일 뿐이라고. 세상이 흉흉해. 어슴푸레한 가로등의 빛 아래, 재촉하듯 발걸음이 날뛴다. 오늘따라 몸이 너무 가볍다. 곧 너를 찾으러 가. 곧 너를 만나러 가! 이 세상에 너의 흔적은 숱하게 남아있는데, 그 속에 너만 없다는 게 그게 말이 돼? 커다란 도시에는 속속들이 골목이 많았지만, 그중에 깜빡이는 조명은 진귀했다. 도시의 명물이 될 만큼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때늦은 저녁은 주홍을 몇 번이고 덧칠해 다갈색이었다. 말라붙은 핏자국처럼. 나의 손에 네가 그려준 거야. 내가 너를 위해 그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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