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ny Sky Blue Star 祝福
본문 바로가기

글 샘플

祝福

ㅇ님과 연성교환을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o((>ω< ))o

 


 

 

M.P.D & B.A

 

 

祝福

 

 

 

 어젯밤 한바탕 쏟아져 내린 비가 흡사 환영이었던 것처럼 햇살이 따사롭게 지상을 내리비췄다. 축축하게 젖어 한 발짝 앞으로 내디디면 푹 파일 만큼 검게 물든 흙 사이로 드문드문 갈빛이 번진다. 똑, 똑. 밖으로 톡 튀어나온 차광막을 타고 밤새 고인 빗물이 저들만의 운율로 떨어져 내렸다. 한차례 바람이 불어 나뭇잎이 잘게 소리를 내고는. 나부끼는 선들바람에 흙의 경계를 흐리듯 똑, 물방울 하나가 다갈색과 감은빛의 경계 위로 저를 남겼다.

 

 정오를 가리키는 종소리가 성당 내를 휘감듯이 울려 퍼졌다. 철탑 언저리에 앉아있던 새들이 퍼드덕 소리를 내며 날개를 쳐댄다. 귀가 먹먹할 정도로 메아리치는 맑은 소리를 따라 한껏 빛을 머금은 스테인드글라스가 미세하게 진동한다. 조용히 침묵을 들이키던 M은 그 미말의 떨림을 느낀 것인지 수굿하게 떨어뜨렸던 고개를 찬찬히 들어 올렸다. 그동안 가려져 있던 자색의 홍채가 잔잔히 일렁이기 시작한 것도 딱 그맘때쯤이었다. 정오의 종소리, 성사를 받은 B가 이곳으로 돌아올 시간이었으니. M의 입가에 미미하게 자리한 미소가 반색을 피워냈다.

 

 전능하신 신이시여, 사랑이란 이 얼마나 위대합니까. 참으로 무궁무진하여 한 치 앞도 볼 수 없습니다. 살아있지 않으니 죽을 수도 없다면, 아니, 그 반대라면 죽을 수 있으니 살아있는 게 아닐까요. 그리하여 우리는 생을 부여받은 것이지 않겠습니까? 그럼에도 당신이 스스로 신이라 칭하고, 그것을 내가 믿는다면. 우리는 이 삶에 대한 지칭을 포기함으로써 그는 참으로 신이겠지요. 실로 이 성당에서는 모두가 B를 신이라 칭하니 이에 반할 자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M은 더 이상 제 안에 의심을 심어두지 않는다. 복속을 약조한 삶은 언뜻 보기에는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내막은 그들만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신은 한때 그를 탐해 저로서 존재하길 포기했던 적도 있으니 이만큼 평등한 관계가 어디 있겠나? 신의 자아를 내걸고서 마주한 이를 어떤 신도가 뿌리칠 수 있단 말인가. B는 신도들이 떠나간 자리를 눈으로 훑으며 걸음을 내디뎠다. 조금 전까지 그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를 올리던 이의 온기가 아직 성당에 자리하고 있었다. 벽면 가득 자리한 스테인드글라스를 너머로 빛줄기가 찬란하게 흩뿌려진다. 그의 머리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B는 자신의 세상, 이 열띤 찬가 아래 황홀경을 겪고 있었다.

 

 짙은 남색의 십자가 위로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빛이 망울져 난자하게 부서진다. 마치 세상이 그의 발치 아래 색을 입을 수 있는 양 그의 표정은 기고만장했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그의 어깨에 걸쳐진 영대가 기수의 깃발처럼 펄럭인다. 곱게 땋은 머리카락이 살랑이듯 부서져 내린 광자를 간질이고, 그의 금빛 십자가가 검은 신부복 위에서 짤랑이며 좌우로 들썩인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딛는 그의 걸음은 곧 커다란 십자가 아래, 검은 인영 옆에 멈춰 선다. B의 허연 머리카락 위로 잘게 깨진 광휘가 M의 짙은 순흑빛 머리칼을 물들였다.

 

 

   “M.”

 

 

 그 짧은 단어에도 M의 심장은 열락으로 전율했다. 무릎 꿇은 신체는 저보다 작은 이를 올려다보고서, M의 시야 가득 B가 들어찬다. 이 세상의 신. 불변을 약조한 나의 신. 밤하늘이 그려낸 실타래처럼 너울대는 머리카락 사이로 어둠이 제게 손짓한다. B는 M을 통해 제 욕망을 흘리곤 했다. 신이란 존재도 결국 감정에 이끌려 갈 수밖에 없다면, 이것이 곧 자연의 섭리라면, B는 제 감정을 어지럽힌 서두. M의 눈을 향해 손을 뻗었다. 사르륵, 손가락 끝에 걸려 젖혀지는 베일 사이로 칠흑이 넘실댄다. 물결쳐 자신에게로.

 

 자신의 M. 저만의 것. 한쪽 입꼬리를 타고 오르는 장미 덩굴 같은 비릿한 소유욕. 분홍색과 보라색의 난연한 혼합물이 광홀한 빛 속에서 입술을 벌려 숨을 불어넣는다. 그 미적지근하고도 습한 숨이 M의 콧등을 스쳐 눈두덩이 위로 향한다. 부드러운 살갗의 감촉이 섬세한 속눈썹을 간질인다. 가볍게 눌린 입술이 사랑해요, 그 지독한 세례를 내린다. 느릿하고도 진득하게 멀어지는 감촉 속에서 M은 열에 띤 눈으로 제 앞의 신을 목도한다. 독점욕으로 얼룩진 눈동자. 가히 경애하지 않을 수 없는 저 기이한 이채. 저를 구원하려 뻗는 신의 손길. 서로를 향하는 파멸과 구원의….

 

 턱을 받친 새하얀 손. B의 손길을 따라 M의 고개가 서서히 젖혀진다.

 이것은 당신이 제게 주는 축복이다.

 

 새하얀 머리칼 사이 빛을 잃은 수륜이 흩날리는 그늘 속, 숨을 삼켰다.

 

 

 

 


 

 

 

'글 샘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가을의 바람  (0) 2022.11.08
초동의 눈  (0) 2022.11.08
볕뉘  (0) 2022.07.29
봄, 바다  (0) 2022.07.29
새장 속 겨울  (0) 2022.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