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ny Sky Blue Star And the light shineth in darkness, and the darkness comprehended it n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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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샘플

And the light shineth in darkness, and the darkness comprehended it not.

 

 

 점멸의 제야 9,510자 작업했습니다!! - 2023. 11. 작업물

마지막 엔딩 부분만 공개합니다. >///<!

 

소재 주의 : 사이비

제목은 요한복음 15절.

 

 


 

 

And the light shineth in darkness,

and the darkness comprehended it not.

 

페어명

 

 

 

 

 

 

 

   “돌아보지 마, M.”

   “…네?”

   “사특한 자들이 너를 꾀어내려고 간계를 부리는 거야.”

 

 아버지는 그렇게 말씀하셨다. 아버지의 외투에 옅은 고동빛이 돌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멋쩍게 신소(哂笑)했다. 아버지의 말씀이 옳았다. 이곳은 거짓 지옥이니까, 죄인들이 있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나도 이곳에 죄인으로 있었던 걸까? 아버지는 그럼 죄인인 나를 구제하러 여기까지 와주신 걸까? 아버지께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죄인이었던 걸 사과드려야 할지, 아니면 뒤를 돌아볼 뻔한 것을 고해야 할지 헷갈렸다. 하지만 아버지께 죄인이라고 사죄하면 나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나는 이유를 제대로 덧대지 않고서 그저 죄송하다고 웅얼거렸다.

 

 고개를 숙여도 아버지의 시선이 계속 느껴졌다. 나는 차마 그의 시선을 오롯이 마주할 수가 없었다. 아버지께서 아무런 말씀이 없으시니 세상이 아까와 같이 어둡게 느껴졌다. 아버지의 곁을 맴돌던 나비들도 보이지 않았다. 이 세상은 거짓 지옥이라서 내가 믿음을 잃으면 다시 어두워지는구나. 아버지를 믿지 않아서, 아버지께 거짓을 고해서, 세상이 다시 아버지와 나를 떼어놓는구나. 나는 아버지께서 왜 심기가 상하신 건지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다 나를 위한 거였다. 아버지는 웅성거리는 나의 마음을 알아차리신 것 같았다. 아버지는 커다란 손으로 내 머리를 아래로 누르듯 쓰다듬어 주셨다. 그러면 나는 금방 다시 아버지와 상망하며 희소하고 말았다.

 

 아버지는 내 어깨 위에 손을 올리시곤 느리게 주물렀다. M, 이제 여기서 나갈 수 있어. 나는 답했다. 네, 아버지. 집, 아버지와 내가 돌아가야 할 곳. 내게는 아버지와 돌아갈 곳이 있었다. 시야 가득 빛이 차올랐다. 나는 마치 물에 잠기듯 편안하고 부유하는 기분을 느꼈다. 저곳에 가면 나비가 보여주었던 집이, 오빠가 기다리고 있어. 아버지께서 먼저 탈출구를 향해 나아가셨다. 너무 밝아서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눈을 꾹 감았다가 느리게 떴다. 어렴풋한 선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나무와, 사람들과, 불타는…. 불타는? 바닥에 내리꽂혀 다리만 나와 있는 사람들. 피부가 문드러져 반쯤 녹아내린 얼굴들이. 그들의 고통 어린 고함이.

 

 그때, 누군가가 뒤에서 나의 팔을 세게 낚아챘다. 나는 몸이 뒤로 당겨져 고개가 저절로 반쯤 돌아갔지만, 이내 다시 앞을 건너다볼 수밖에 없었다. 우악스러운 손이 내 고개를 꺾듯이 앞으로 되돌렸던 탓이다. 잡힌 턱이 얼얼했다. 아버지의 차가운 눈길이 느껴졌다. 아버지…, 죄송해요. 저는…. 나는 차마 아버지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자의가 아니었더라고 해도 잘못은 잘못이었다. 나의 팔을 잡고 있던 것에서부터 다시 그 향이 났다. 그것은 무언가에 잡혀 끌려가듯 내 옷자락을 부여잡고 늘어졌다. 나는 겁에 질린 채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괜찮아,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답했다. 나는 아버지의 손이 따스했으므로 잠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아버지가, 아버지가 나를 이곳으로, 나를 찾아서 집으로 데려와 주신 거니까. 이곳이 천국이요, 아버지의 사랑을 받을 때 공기와 같은 영으로 들어와 생명을 받을 수 있으니. 그렇다면 나는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아버지의 총애를 받는 생명체가 아닐까? 그리 생각하니 곧 나를 부여잡던 손은 사라지고, 이곳엔 나와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해 고통에 몸서리치는 이들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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